영화 <완벽한 타인>은 2018년 개봉한 한국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16년에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이 원작은 다양한 국가에서 18번이나 리메이크되었다. 그중 하나인 한국의 <완벽한 타인>은 몰입감을 높이는 촬영기법이 인상적이다. 이 촬영 기법을 통해 영화를 해석해 보고, 영화가 주는 교훈에 대해 알아보자.
원작과 동일한 설정의 리메이크 영화
영화 <완벽한 타인>의 소재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개개인의 판도라의 상자인 설정이다. 모두의 비밀이 담긴 스마트폰이라는 소재를 다룬 것이 현대 사회의 현실과 밀착되어 있다.
이 리메이크 영화는 원작과 스토리 설정이 동일하다. 완벽해 보이는 40년 지기 친구들이 커플 모임을 한다. 그들은 장난 삼아 게임을 한다. 스마트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등 모든 알람이 울리면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이다.
원작과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첫 번째는 등장인물들의 직업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스토리의 초점이 게임과 개인의 비밀에서 주인공들의 우정이나 관계에 대한 것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래도 관객의 공감대는 같을 것이다.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은 자신의 모든 비밀이 담긴 블랙박스와도 같다. 이것이 타인에게 공개되는 긴장과 스릴은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몰입감을 높이는 '아이 레벨 앵글' 촬영기법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재규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한 공간에 여러 명의 주인공을 몰아넣었다. 그리고 영화를 쉽고 재밌게 풀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식탁 의자에 앉아있다. 감독은 이들을 '아이 레벨 앵글'로 포착한다. 식탁에서 알람이 울리는 모든 통화 내용과 문자, 이메일까지 공유하는 과정을 '아이 레벨 앵글' 촬영 기법을 사용한다. 이것은 장면에 묘한 사실감과 진실성을 부여한다. 이는 극의 몰입을 더욱 유도하는 효과를 냈다.
'아이 레벨 앵글'은 뉴스와 같은 프로그램의 앵커를 촬영할 때 쓰는 촬영기법이다. 사람의 눈높이 정도의 앵글을 맞춘 것이다. 이것은 눈높이 앵글, 수평 앵글 또는 일반 앵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앵커의 인상, 어조, 목소리톤 등은 뉴스 정보의 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 신뢰감의 이유를 영화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앵커와 시청자의 눈높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이것을 '아이 레벨 앵글'이라고 한다.
'아이 레벨 앵글'은 시청자에게 객관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감독들이 자주 사용하는 촬영기법이다. 영화평론가인 루이스 자네티는 사실주의 감독들은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들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고 한다. 영화의 형식보다는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의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즉, 아이 레벨 앵글은 불필요한 것들을 최소화하고,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할 때 즐겨 쓰이는 것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거의 모든 장면이 아이 레벨 앵글로 촬영되었다. 장면 변화는 적지만, 영화 속의 스토리들이 날카롭고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것 촬영 기법 때문이다.
또한 아이 레벨 앵글은 시청자들이 앵글에 의해서 판단을 강요당하지 않게 한다. 피사체를 주체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시청자의 시점과 카메라의 시점이 같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피사체를 능동적으로 바라보고 객관화할 수 있다.
아이 레벨 앵글 촬영기법이 사용된 한국 영화로는 2013년에 개봉한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가 있다. 재밌는 것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진짜 앵커라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도 이 촬영기법을 통해 관객들에게 현장감과 사실감을 선사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우리 모두가 판도라의 상자를 가진 완벽한 타인이다.
이 영화에서는 오래된 친구들이 각자의 스마트 폰 속에 담긴 비밀을 공개하는 게임을 한다. 서로가 몰랐던 각자의 진실을 알아가는 모습을 블랙 코미디로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절친한 사이이고, 한편으로는 완벽한 타인이었다. 오래된 친구, 가까운 부부, 가족이라서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각자의 비밀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우리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만의 모습이 존재한다. 정신의학에서는 인간의 자아가 하나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상황과 상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런 단면들을 노골적이지만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게임은 모두의 스마트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단순하게 시작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서로의 추한 진실이 드러난다. 그 진실들은 결국 이들의 관계를 파멸할 수도 있는 결론에 다다른다. 우리는 이런 진실은 숨겨야 하는가? 드러내야 하는가? 영화는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영리하게 표현해 냈다. 가벼운 유머 속에 숨겨진 메시지가 무겁게 다가오는 영화이다.
과연 영화에서 선택한 '해피엔딩'은 앞의 두 가지 중에 어느 쪽에 속할까. 각자의 판단 또한 판도라의 상자 속에 담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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