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2018년 개봉한 한국 영화이다. 실제 대한민국의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국가 부도까지 일주일이 남은 상황을 보여주는 시대극이다.
1997년 대한민국에 닥친 IMF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아픔이다. 영화는 이 아픔을 각각 다른 세명의 인물을 통해 이야기한다. 이 세 관점에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알아보자.
IMF 외환 위기의 시작 이야기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의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며 시작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선진국으로의 도약으로 부르던 김영삼 정권 시대까지 보여준다. 동시에 문화와 사회의 발전 양상도 보여준다. 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을 다 다룬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시대적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것은 예측가능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IMF 외환 위기는 생각하지 못할 때 벌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는 대한민국이 OECD에 가입한 직후에 사건이 터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에서 OECD 가입 축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는 장면이 나온다. 마치 OECD 가입을 기뻐하다가 위기를 맞았던 것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 국가위기 사건이 주는 아픔과 그것이 남긴 흉터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IMF를 보여주는 세명의 인물
영화는 세 인물을 보여준다. 이들은 각각의 배역에서 IMF를 보여주는 역할을 맡았다. 한시현, 윤정학, 갑수이다.
김혜수가 연기한 한시현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팀장이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실무능력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위기를 간파하는 직관력까지 갖춘 인물이다. 그녀는 시스템에 도전하기도 한다.
유아인이 연기한 윤정학은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는 직관을 가졌다. 그러나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인물이다.
허준호가 연기한 갑수는 당시 IMF 피해를 직격으로 맞은 사람들의 전형으로 등장한다.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화와 IMF를 알아보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팀장 한시현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시현 부분이다. 그녀는 한국은행 총장은 물론이고, 재정국 차관과 금융실장,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나며 실질적으로 협상을 하는 인물이다.
한시현의 도전, 시도, 장애물,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그녀의 노력과 좌절이 나온다. 그녀의 드라마는 인상적이다.
재정국 차관으로 나오는 조우진은 한시현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그는 선민의식, 무능, 뒤틀린 야망, 하급자들을 누르는 노련함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그는 한시현이 넘어야 할 벽이다. 그리고 IMF 사태를 만들어낸 무능한 정부 관료의 전형이다.
한시현이 IMF를 막기 위해 논리를 동원하고, 그걸 비웃는 재정국 차관의 대립은 치열했다.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가 맞부딪치는 장면들은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한시현은 적당히 만들어낸 유능한 캐릭터일 뿐이다. 그녀는 큰 약점조차 없는 인물이다. 언제나 옳은 말과 행동만 한다. 감독의 의향이 반영된 일종의 페르소나이다. 늘 정의만을 말하는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동일하게 반복되는 갈등은 아쉽다. 한시현은 도전하고 차관, 새로운 경제수석, IMF 총재가 차례대로 그녀를 막아선다.
결국 부조리한 명령에 물러나지만 그 순간에도 그녀는 옳은 주장과 '정답'을 보고서로 남기고 떠난다. 언제나 옳은 캐릭터, 이것이 한시현이 지닌 한계였다.
위기를 역으로 이용하는 윤정학
윤정학 파트는 영화의 아쉬운 부분이 드러난다.
그는 IMF를 예측하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다. 그를 돕는 투자자 두 명과 함께 국가부도라는 사태에 인생 최대 올인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통렬하게 정부를 비판하며, 정부 측의 행보를 예상한다. 그리고 정부의 말을 절대 믿지 않는다는 다짐을 가진 자이다.
윤정학은 국가 부도에 올인했고, 그는 승리했다. 돈을 버는 과정에서 그는 비정한 자본주의 사회의 습성을 대놓고 보여주었다.
IMF에 이르게 된 경제구조의 허술함을 설파하는 것도 윤정학의 역할이다. 하지만 영화의 구조상 긴장감을 트이게 하는 역할만 맡을 뿐이다. 그의 내적 갈등은 묘사는 부족했다. 그가 마지막에 허탈하게 웃는 장면 정도이다. 그는 가장 비현실적이고 무의미한 캐릭터로 전락했다.
경제 위기 상황에 놓인 시민 갑수
갑수는 IMF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은 선량한 시민을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그는 공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사장이다. 약속어음과 관련된 에피소드 후에 IMF가 터진다. 그로 인해 공장의 경영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빚을 갚겠다며 부실채권을 양도하고 그것으로 인해 정사장이 자살한다. 이것을 갑수가 발견한다. IMF시절 당시의 충격, 믿을 수 없는 사람들, 담보로 잡히거나 매물로 나오는 아파트 등 그 시절의 모든 비극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가 소주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고, 아이들을 보며 자살을 포기하는 장면까지 그 시절의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그는 사실 한시현의 오빠이다. 영화 후반부의 이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다. 현실을 다루고 현대사의 비극을 실감 나게 다루는 영화치고는 작위적인 캐릭터 설정은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국가부도의 날>이 전달하는 메시지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훌륭하다. IMF사태의 원인, 정부의 무능력함,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절약캠페인을 교육하는 장면에서는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메시지가 잘 나타났다. 영화의 소재와 그것을 다루는 기사와 뉴스 자료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단조롭다.
영화는 지나치게 인물들의 대사에 의존하고 있다. 보여주는 것은 없고 전부 설명과 대사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영화는 지나치게 메시지를 많이 넣었다.
시장주의자들이 IMF를 불러왔다는 메시지,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 언제나 위기는 다가온다는 메시지,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하다는 메시지.
그리고 영화는 과도한 훈계를 한다.
영화는 메시지를 연출과 스토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설득하지 않는다. 특히 갑수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대사를 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부담을 준다. 영화는 조금은 길고 지루하게 깨달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반복적인 교훈은 관객에게 공감을 사기 어렵다.
지극히 평면적인 캐릭터, 완만한 갈등구조, 유기적 연결고리의 부재, 과도한 훈계와 가르침은 영화의 완성도를 낮추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다.
금융과 경제에 대한 영화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한시현과 윤정학의 IMF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일차원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을 무능한 악역으로 만들며 단조로운 결말을 짓는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경제사정은 늘 위기에 있다. 가계부채도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국가부도의 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세 역할을 통해 시대의 위기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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