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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의 틀을 깬 한국 영화 <엑시트>

by 부동산 뚝딱이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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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엑시트>는 2019년 개봉한 한국 영화이다. 이 영화의 장르는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액션과 재난영화이다. 이 포스터에는 '신선도 100%'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대부분의 광고나 포스터의 형식적인 관용구로 인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의 재난영화들이 보여주던 클리셰들을 과감하게 파괴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당한 재미와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기존 재난영화들과는 다른 엑시트만의 매력을 알아보자.

 

 

 

재난으로부터 탈출하라 <엑시트> 이야기

 남들은 출근을 해야 할 시간, 체격 좋은 사내가 공원에서 출근을 하지 않고 철봉을 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용남이다. 이미 동네 아이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유명했고, 그의 조카인 지호에게는 그저 희망 없는 삼촌으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가 철봉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누구한테나 존재하는 20대 시절에, 용남은 대학동아리로 클라이밍을 선택했었다. 그 동아리 안에서도 인정받는 에이스였다. 그렇다고 공부를 게을리한 것도 아니지만 졸업 후 각박한 사회에서 취업을 번번이 실패한다. 그렇게 용남은 철봉만 하는 희망 없는 20대 그 자체가 되었다.

 온 가족이 참석한 어머니의 칠순 잔치가 열린다. 용남은 그 연회장에서 그가 호감을 가졌었던 동아리 후배 의주를 만난다. 의주는 그 연회장의 부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잔치가 한창 진행되던 그때, 도심 전체가 유독가스에 뒤덮인다. 아수라장이 된 도시는 곧 용남의 가족들을 덮쳐온다. 용남과 의주는 클라이밍 동아리 시절에 쌓아둔 스킬을 발휘한다. 오로지 탈출과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처절한 질주가 시작된다.

영화 엑시트 포스터
영화 <엑시트>

주인공 배우 조정석과 윤아

 영화 <엑시트>의 주연배우는 조정석과 윤아가 맡았다. 이 둘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에게 잘 맞는 매력적인 배역을 맡았다. 배우 조정석은 표정이나 얼굴로 표현하는 미묘한 디테일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작지만 미묘한 표정연기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평범한 남성이 재난 속에서 겪는 두려움과 용기를 잘 표현했다. 

 여자주인공 윤아는 이 작품으로 배우로서 첫 주연을 맡았다. 첫 주연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녀는 이 영화로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인기스타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 두 배우의 운동신경이 빛났다. 영화가 시작하며 보여주는 조정석의 철봉 장면은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들도 따라 하기 힘든 동작들이다. 또한 재난 영화답게 액션 장면이 많았다. 클라이밍이라는 운동씬과 재난을 피해 달리는 장면이 많았다. 그들의 운동신경과 작품을 위한 노력으로 이 장면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기존 재난영화의 틀을 깬 영화 <엑시트>

 한국 영화 <엑시트>는 기존의 재난영화와는 달랐다. 기존 재난영화가 가지고 있는 클리셰가 있다. 이 영화가 일반적인 틀을 깨는 몇 가지 새로운 점들을 알아보자.

 첫 번째, 이 영화에는 희생자가 없다. 모든 재난 영화에는 희생자가 있다.

 일반적으로 주인공이 각자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고난에 부딪힌다. 그 주인공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조연들이 항상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그들의 희생으로 목적을 달성하고 그런 희생이 감동적으로 연출된다. 그러나 영화 <엑시트>에는 재난으로 인한 피해자만 있다. 주인공의 성장이나 스토리에서 극적인 장치를 위한 희생을 당하는 인물이 전혀 없다. 이런 희생자들로 인한 신파가 없는 것이 독특하고 새로운 설정이다. 이런 희생자들의 숭고한 희생은 재난 영화에서 상당히 비중이게 비쳤었다. 하지만 엑시트는 이런 희생자가 없이 재난으로부터 탈출에만 집중한다. 이것은 오히려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두 번째, 이 영화의 주인공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재난 영화에서 주인공은 영웅으로 묘사된다. 지구멸망 아니면 재난을 직접 막아내기도 하고 재난 속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직접 구하기도 한다. 그들을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위치에 있는 전문가들로 설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백수인 용남과 부점장 이기는 하지만 알바와 다를 바 없는 의주이다. 용남은 평범한 20대의 백수이다. 이 영화에서 용남은 인생에 실업이라는 재난이 닥친 피해자로 묘사된다. 현실 사회에서 누구보다 고민이 많고 어렵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 주변인이 이 영화의 주인공인 것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종종 우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평범함 주인공은 재난이라는 커다란 고난 앞에서 그 누구보다 먼저 뛰어든다. 위험과 두려움 앞에서 손과 발을 벌벌 떤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시련을 이겨나가는 평범한 주변인으로 묘사된다.

 세 번째, 이 영화에는 빌런이 없다.

 일반적으로 재난 영화에는 주인공을 방해하거나 사건의 원흉으로 설정된 인물들이 있다. 빌런들은 주인공과 대결하는 구도를 갖고 최후에는 죽음으로 결말이 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화 <엑시트>는 이런 악당 캐릭터가 없다. 의주의 직장 상사인 점장이 밉상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그가 재난을 더 크게 만드는 사고를 치거나 용남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가스를 살포한 범인도 특별히 비중을 주거나 1차 테러 후에 다른 추가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 게 아닌 사람으로 나온다. 범인을 색출하는 데까지 스토리를 길게 끌고 가거나 그들의 사연에 집착하지 않는다. 영화의 톤을 무겁게 끌고 갈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생략은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네 번째, 재난의 수준이 가볍다.

 <해운대>의 쓰나미, <타워>의 화재, <딥임팩트>의 운석, <투모로우>의 기상이변 등 여러 가지 재난 영화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파괴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엑시트의 재난은 유독가스이다. 영화 초반에 유독가스와 사고가 났던 주유소 폭발을 제외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 완전히 파괴되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연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유독 가스를 안개처럼 연출하며 천천히 주인공을 죄여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무리도 다른 재난 영화처럼 엄청난 피해를 받는 도시를 보여주지 않는다. 재난이 발생한 지역이 넓기는 하지만 살수 작업만 마무리되면 다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재난 발생에 대한 해결책이나 정확하고 명쾌한 원인규명은 하지 않는다. 모든 재난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재난 영화는 자연으로부터 재해가 일어나고 과학으로 이것을 막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인간은 대자연의 힘 앞에서 도망치는 인간의 초라함 모습을 보여준다. 엑시트는 이런 클리셰를 파괴하고 기술로 인한 재해가 발생하고 자연이 재해를 멈추게 한다. 영화에 나오는 어느 화학회사의 공동창업자였던 사람이 원한으로 회사 앞에서 자신이 만든 유독가스를 살포한다. 후반에 이 가스는 살수를 하면 괜찮아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헬기로 생존자들도 구조해야 하고 살수도 해야 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영화의 마지막에 비가 내린다. 기존 재난 영화와는 다른 의미와 연출로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점이다.

 

 

영화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 영화는 젊은이들에게 살아남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이 메시지를 찾는 재미가 있다. 

 백수인게 재난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에게 진짜 재난이 일어난다. 주인공들이 재난에서 도망치는 장면에서 그들 뒤로 '혼수와 예복'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것은 마치 한국 사회에서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이들에게 새로운 압박과 숙제인 결혼이 기다리는 것과 같다. 바로 이것이 현실의 젊은이들에게 진짜 재난인 것이다. 그 간판을 뛰어넘어서 그들이 향하는 곳은 아파트 건설현장이다. 결혼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커다란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후반부에 주인공들은 고층 아파트보다 높게 서있는 타워 크레인의 끝까지 타고 올라가서 울부짖으며 외친다.

 '나 좀 살려달라.'

 우리를 대변하는 영화의 젊은 주인공들은 영화를 보고 있는 부모님과 주변인들에게 외치는 메시지 같다.

 과연 이상근 감독이 이 재난 영화로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달리고 또 달리고, 악착같이 기어올라서 살아남으라는 메시지는 아닐까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엑시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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